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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월 XX일 날씨 맑음 웨딩카페데이트

작은 카페를 빌렸다.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못 치는 피아노를 죽어라 연습했다. 연미복이 어색한지 가만히 앉아 내 연주를 듣던 형은 조용히 내게 다가와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석양이 비치는 때였다. -종인

 

XX월 XX일 날씨 맑음 공원데이트

카메라 뒤로 보이던 형의 웃는 모습은 새봄 신록보다 더 싱그러웠던 것 같아. 그날의 사진은 내 모습 뿐이지만 나는 아직도 형의 웃음이 기억 나. -종인

 

XX월 XX일 날씨 맑음 영화관데이트

 

XX월 XX일 날씨 맑음 계곡데이트

어릴 때부터 물에 들어가는 걸 싫어했던 나와는 달리 물 속에서 물개라도 된 듯 물고기도 덥썩덥썩 잘 잡아오던 너. 물은 싫었지만 네 옆이라면 좋아서 나는 매번 물가에서 너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지. -경수

 

XX월 XX일 날씨 맑음 옥상

점심도 한 그릇 가득 먹어놓고는 또 배가 고프다며 햄버거를 하나 뚝딱 해치우던 그때의 종인이. 난 먹지도 않는데 굳이 종인이를 따라 늘 앉던 옥상 우리 자리에 앉아 지켜보던 시절. 그렇게 먹어서 이렇게 키가 컸나. -경수

 

XX월 XX일 날씨 맑음 카페데이트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마주 앉아서 서로 만지작대는 것만으로도 일주일의 피로가 노곤하게 풀어지는 느낌. 너라서 이렇게 편안해. -경수

 

XX월 XX일 날씨 맑음 버스데이트 

은근슬쩍 신발도 맞춰 신고 아닌 척 데이트에 나선 날. 버스 안에서 은근히 팔짱을 껴봤더니 딴청을 부리면서도 손 잡아 오는 게 귀여웠어. -경수

 

XX월 XX일 날씨 맑음 전철데이트 

늘 단정했던 형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내 어깨에 기대어왔다. 누가 볼새라 눈치 보며, 세상 모르게 잠든 형을 나도 모르게 슬쩍 건드려보기도 했었다. 그때 우리는 지겨운 평행선만 걸을 줄 알았지. - 종인

 

XX월 XX일 날씨 맑음 기차데이트 

"또 양파주머니 들고 왔네, 귀엽게." 놀려대며 강아지 대하듯 머리를 문질문질 쓰다듬는데 왜인지 기분이 나쁘지 않아 그냥 웃어버렸다. -경수

 

XX월 XX일 날씨 맑음 침대데이트 

같이 열을 올리다가도 일 때문이라면 금세 단정하게 전화를 받는다. 심술부리며 건드렸더니 흠칫흠칫 떨어 온다. 그렇게 끙끙대면 더 괴롭히고 싶어지잖아. -종인

 

XX월 XX일 날씨 맑음 식도락데이트 

 "왜 이렇게 묻히고 먹어. 애기도 아니고." 일일이 떼어주고 닦아주고 신경 써 줬더니 보란듯이 묻혀놓고 씩 웃는다. 정말 몸만 커다란 애기야. -경수

 

XX월 XX일 날씨 맑음 수영장데이트 

물을 좋아하지 않아 그늘에 무료하게 앉아 있어야 하는데도 수영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수영장에 기꺼이 와주는 형이 늘 고마워. 물가로 다가가면 늘 예쁘게 웃어주는 그 입술이 참 좋다. -종인

 

 

XX월 XX일 날씨 맑음 불꽃놀이

보충수업 때문에 불꽃 축제에 가지 못해 시무룩했던 날, 나만을 위한 작은 불꽃을 준비해준 네가 참 고마웠어. -경수

 

XX월 XX일 날씨 맑음 아쿠아리움데이트 

형은 온갖 색색의 열대어에 혼을 뺏긴 것 같았다. 통통한 입술이 벌어진 것이 예뻐서 급하게 잡아당겨 입을 맞췄더니 깜짝 놀라 밀어내고는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품에 얌전히 안겼다. 왜 굳이 평일을 골라서 왔을까. 이러려고 그랬지. -종인

 

XX월 XX일 날씨 맑음 벚꽃축제데이트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너무 아름다워 계획도 없이 같이 꽃길을 걸었지. 은근히 어깨로 감아오는 팔이, 손 끝에 은근히 닿던 입술이 아찔했던 그 봄날. -경수

 

XX월 XX일 날씨 맑음 경복궁데이트 

 "경복궁 야간개장 한대!" 동그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말하는 게 귀여워 기억해뒀다가 친구들 다 끌어모아 치열한 경쟁을 뚫고 표를 얻어냈다. 형은 내 기대만큼 밤의 경복궁을 즐거워해줬으니, 내 그런 수고는 몰라준대도 아깝지 않아.

 

XX월 XX일 날씨 맑음 바닷가데이트 

사람이 잘 찾지 않는 바닷가, 손 잡고 걷다 보니 어느새 촉촉히 젖은 형의 모습이 참을 수 없어... 누가 올 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더 짜릿했던 순간. -종인

 

 

XX월 XX일 날씨 맑음 동물원 데이트

오랜만에 태어났다는 아기 호랑이를 보러 동물원에 갔던 날. 아기 호랑이를 안아들고 웃음짓는 형이 너무 예뻐서 마음이 이상해졌었다. 내가 아기 호랑이라도 된다면 형이 저렇게 사랑스럽게 안아주는 걸까, 유치한 마음으로 질투하기도 했지. -종인

 

XX월 XX일 날씨 맑음 찜질방데이트 

찜질방에 왔으니까 계란에 식혜를 먹어야 한다며, 양머리도 꼭 해야 한다며, 끝이 납작한 작은 손으로 조물조물 수건을 만지는 손끝이 귀여워 깨물어버리고 싶어. -종인

 

XX월 XX일 날씨 맑음 놀이공원데이트 

다같이 놀이공원에 간 날 친구가 찍어준 사진. 다른 사람이 찍어준 것으로는 유일한 우리의 커플 사진이 되었다. 물론 찍어준 놈은 이게 커플 사진이 된 줄은 몰랐지만. -종인

MARRY KADI

KAISOO 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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